부르고뉴의 여왕: 라루 비스 르와 (Lalou Bize Leroy)

23 May 2017
저자: 지니 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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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루 비즈 르루아가 와인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55년이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Conti, DRC)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버지의 또다른 사업인 네고시앙 비지니스를 도운 것이 시작이었다. 부르고뉴 와인 전문가라면 누구나 인정하듯, 그녀는 좋은 와인을 알아보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1992년까지 그녀는 DRC의 공동경영자를 역임했고, DRC를 떠난 후에는 가족이 운영하는 네고시앙 비지니스인 메종 르루아,(Maison Leroy)와 와이너리 사업인 도멘 도브네(Domaine d’Auvenay), 도멘 르루아(Domaine Leroy)에 집중했다. 특히 도멘 르루아 와인들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녀는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부르고뉴의 여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비즈-르루아는 여러 면에서 선구자였다.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에 부르고뉴에 이 농법을 과감히 도입했고, 수확량을 줄여 포도의 품질을 개선했으며, 독특한 가지고르기와 엄격한 가지치기를 적용했고, 포도나무의 개별 이식을 실행했다. 그녀는 과학이나 숫자에 의존하기보다 직감을 활용했고 땅의 소리를 들었다. 부르고뉴에 가면 그녀의 포도밭은 쉽게 눈에 띈다. 덩굴을 자르거나 정리하지 않아 포도나무가 마치 메두사의 머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낮게 열린 작은 포도송이는 그 크기가 이웃의 포도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 르루아는 8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래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인다. 스타일만 보면 40대라 해도 믿어질 정도다. 체구가 무척 작지만 그녀의 강렬한 인상과 카리스마 앞에서 왠만한 사람은 기가 죽기 십상이다. 특히 포도밭이나 와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녀의 푸른 눈은 더욱 빛을 발하고 그녀 자신도 활기에 넘친다. 어떻게 그런 정열과 깊이 그리고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지 묻자 그녀는 “저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포도나무를 사랑합니다. 단지 그것 뿐이에요.”라고 답했다.

 

비즈 르루아는 지금도 네고시앙 비지니스와 와이너리 사업 두 가지를 경영하고 있다. 특히 도멘 도브네와 도멘 르루아는 그녀의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숙성잠재력이 뛰어난 최고급 부르고뉴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도멘 르루아의 와인들은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비즈 르루아의 탁월한 기술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만들어낸 걸작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도멘 도브네의 와인 중에서는 바타르-몽라셰(Batard-Montrachet)와 슈발리에-몽라셰(Chevalier Montrachet) 같은 그랑 크뤼(Grand Cru)와 풀리니-몽라셰 프르미에 크뤼 폴라티에르(Puligny-Montrachet Premier Cru Folatieres) 같은 화이트 와인이 추천할만 하다. 가격이 저렴한 편인 오세 뒤레스(Auxey-Duresses)와 부르고뉴 알리고테(Bourgogne Aligote)도 훌륭하다. 로마네 생-비방(Romanee Saint-Vivent), 리슈부르(Richebourg), 뮈지니(Musigny) 같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왜 도멘 르루아의 와인 가격이 왜 그리 비싼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와인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일반 와인애호가라면 빈티지가 뛰어난 2005, 2009, 2010, 2015년산 부르고뉴 루즈(Bourgogne Rouge, US$35)도 좋은 선택이다.

 

 

【Q & A 】

  1. 어떤 와인이 가장 자랑스러우신가요?

나는 내 모든 와인이 다 자랑스럽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와인들은 제 기대에 부응하고 있거든요. 와인들은 자기를 만들어낸 땅이 어떤 것인지, 자기는 어떤 개성을 가진 존재인지 점점 더 구체적으로 제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이것을 들으려면 매년 땅과 포도나무를 세심히 살피면서 포도나무의 삶과 행동과 나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가 행한 방식에 따라 포도나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1. 귀하의 포도밭이 가진 독특한 테루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와인을 하나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늘 어떤 와인이 밭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지 열심히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더군요. 매년 변합니다.

 

  1. 와인계에서 이 지위에 오르기까지 여성으로서 유리한 점 또는 불리한 점이 있었나요?

여자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포도나무를 사랑하냐는 것이에요. 포도나무와 가까이 지내면서 늘 포도나무를 생각하고 포도나무와 이야기하다 보면 더 나은 여자가 된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포도나무를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포도나무에게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대해야 포도나무는 땅이 내어주는 진정한 맛을 품은 포도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포도가 으깨지고 껍질에 붙은 이스트의 작용으로 분해되고 발효됨으로써 땅의 개성을 잘 드러낸 와인, 깊은 땅 속 심층부가 주는 진정한 맛을 품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1.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룬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와인에 대한 사랑이죠.

 

  1. 일과 생활 간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일이 곧 생활입니다.

 

  1. 부르고뉴 외에 다른 곳에서 와인을 만든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부르고뉴 외에 다른 곳에서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드는 것은 제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포도나무와 같습니다.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요.

 

 

지니 조 리가 선정한 2012년과 2013년산 도멘 르루아의 최고 와인

(2015년산은 2017년 6월에 시음할 예정임)

 

1. 도멘 르루아 샹베르탱 그랑 크뤼 2012 (Domaine Leroy Chambertin Grand Cru 2012)

완벽한 샹배르탱이다. 장엄하고 세련됐을 뿐 아니라 풍부하고 진하며 우아하고 섬세하다. 와인 안에 상반되는 요소가 존재하고 향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톡 쏘는 향신료 향이 강했다가 꽃향이 올라오고 흙향으로 가득 차는가 싶으면 검은 베리류와 자두 향을 뿜어낸다. 힘이 좋고 활력이 넘치는 와인이며 향의 집중도 또한 매우 뛰어나다. 여운은 길고 오래 지속된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와인이다.

점수: 100점

 

2. 도멘 르루아 클로 드 라 로슈 그랑 크뤼 2012 (Domaine Leroy Clos de la Roche Grand Cru 2012)

톡 쏘는 향신료 향과 다양한 베리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수없이 많은 레이어를 이루는 향이 아름답기 그지없고 집중도도 뛰어나다. 강렬하면서 여운 또한 매우 길다. 복합미와 깊이로 미각을 유혹하는 장엄하면서도 숭고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점수: 99점

 

3. 도멘 르루아 뮈지니 그랑 크뤼 2012 (Domaine Leroy Musigny Grand Cru)

실크처럼 부드러운 와인이다. 글라스에 담긴 와인을 스월링할수록 섬세함이 살아난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꽃, 붉은 과일, 미네랄 향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2012년산 뮈지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와인이다. 정교함과 집중도 둘다 겸비하고 있다. 2005년에는 이 와인이 딱 두 배럴만 만들어진 바 있다.

점수: 98점

 

4. 도멘 르루아 클로 드 라 로슈 그랑 크뤼 2013 (Domaine Leroy Clos de la Roche Grand Cru 2013)

2013년산 르루아의 클로 드 라 로슈는 배럴 안에서 음악으로 탄생했다. 단순한 음악이 아닌 교향악이다. 다양한 베리 향과 열대의 달콤한 향신료가 섞인 듯 뛰어난 복합미가 거침 없이 미각을 유혹한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신선한 산도가 고음을 장식한다. 맛이 진하고 파워풀한 와인은 아니지만 강렬함과 굳건함을 지니고 있어 수십 년은 족히 견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점수: 98점

 

5. 도멘 르루아 리슈부르 그랑 크뤼 2012 (Domaine Leroy Richebourg GrandCru 2012)

이 리슈부르는 강렬함과 섬세함을 모두 지녔으며 다양한 향이 이루어낸 교향곡 같은 와인이다. 진하고 풍부한 향 속에는 산딸기, 육두구, 말린 자스민 꽃 등이 어우러져 있다. 와인의 정교한 맛과 향은 입안에 들어오면 더욱 섬세해져서 최고조를 이루고 기나긴 여운으로 서서히 끝을 맺는다. 이렇게 고급스럽고 우아한 와인은 한 마디로 ‘장엄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점수: 98점

 

6. 도멘 르루아 로마네-생-비방 그랑 크뤼 2012 (Domaine Leroy Romanee-Saint-Vivnat Grand Cru 2012)

진한 꽃향이 돋보이는 활기차고 복합미 뛰어난 훌륭한 와인이다. 입안에 머금으면 장미, 바이올렛, 자스민 등 여러 가지 꽃을 으깬 듯 꽃향이 폭발한다. 붉은 베리류의 향은 계피, 육두구 같은 달콤한 향신료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풍부한 향은 지금도 느껴지지만 숙성을 지속해도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걸작이다.

점수: 98점

 

7. 도멘 르루아 샹베르탱 그랑 크뤼 2013 (Domaine Leroy Chambertin Grand Cru 2012)

르루아의 샹베르탱은 언제나 심오하면서도 장엄하다. 2013년산은 특히 야생화, 향신료, 블랙베리 등 여러 가지 향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정교한 디테일이 매력적이다. 타닌과 산도의 조화가 훌륭해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을 오랫동안 감싼다. 와인을 마신 뒤에는 미네랄과 신선한 흙향이 30초 이상 길게 여운으로 이어진다. 2012년산 못지 않게 우수한 와인이다.

점수: 98점

 

이미지 출처:도멘 르루아의 랄루 비즈-르루아